투자 지식

투자의 사전 확률

바보 직짱인 2021. 5. 27. 12:10

사전 확률

사전 확률은 투자의 성공률을 높이는데 중요하다고 한다.

사전 확률이란 투자하기 전 승률이 높은 대상에 베팅하라는 의미이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에서 소개된 이야기를 보자.

 

"캔자스주에 사는 스티브는 수줍음이 많고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지만 타인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는 물건이 제 자리에 정리되어 있는 걸 좋아하고 자신의 일에 매우 꼼꼼하다. 스티의 직업은 사서일까 농부일까?"

 

직관적인 판단으로 스티브는 사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나 또한 이 이야기를 듣고 당연히 사서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리스펙트!)

 

여기에 사전 확률의 함정이 있다.

스티브를 사서라고 판단하는 것은 캔자스주에 사는 사서와 농부의 비율을 무시하고 내리는 판단이다.

캔자스주의 남자 농부와 남자 사서의 비율은 20 : 1이다.

스티브는 통계적으로 농부일 가능성이 더 크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보자.

로또는 사는 순간 절반을 버리고 시작하는 베팅이다.

당첨되거나 아니거나.

 

로또의 숫자를 선택할 때 당첨 확률이 1,2,3,4,5,6이 높을까?, 아니면 3,9,14,17,33,40이 높을까?

확률은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연속된 번호를 찍기보다는 임의의 떨어진 숫자들을 찍는다. 

 

이렇게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확률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데, 투자할 때는 다를까?

투자할 때도 확률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

 

사전 확률을 따진다는 것은 사전 확률이 높은 투자 대상에 베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50%를 버리는 게임에 큰돈을 투자할 수 있는가?

(그래서 로또는 소액의 돈을 버리는 셈 치고 그냥 사는 거다. 투자가 아닌 거다.)


주식 투자의 사전 확률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하는 사람을 가장 하수로 친다고 한다.

슬롯머신은 카지노가 회수율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승률이 50%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강원랜드의 경우 카지노의 회수율이 80%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식 투자의 사전 확률은 어떠한가?

역사적으로 보면 국내 주식의 경우 장기적으로 우상향 했기 때문에 사전 확률은 높다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투자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사전 확률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주식의 종류에는 우리가 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 유통주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주주 지분(비유통 주식), 아직 발행되지 않은 유무상증자로 보통주를 늘릴 수 있는 주식, 전환사채, 워런트, 전환우선주 등 특정 조건 하에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증권들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주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특히, 이들이 수익률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투자 전 사전 확률도 모두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유상증자, 전환사채, 스톡옵션 등으로 주식수가 계속 늘어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의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유통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 투자자들도 돈을 벌지만, 유통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유상증자, 전환사채, 스톡옵션 등으로) 도 주가 상승의 수혜를 누린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유통주식을 가지고 있는 않은 사람들이 돈을 더 번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유증이나 전환사채, 스톡옵션 등은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의 소유권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통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 투자자들보다 더 높은 사전 확률과 수익률의 게임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주식수가 줄어드는 기업도 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한 주식수를 늘리는 기업보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공평한 사전 확률과 수익률을 보상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주식수가 늘어나는 기업은 유통주식이 아닌 비유통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사전 확률을 높일 수 있고, 주식수가 줄어드는 기업은 유통주식에 투자해도 높은 사전 확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일반인들이 비유통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념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주식시장의 사전 확률

같은 접근으로 주식 시장을 바라보자.

 

기업은 유통주식수가 늘거나 줄지만, 주식시장은 일반적으로 시총이 늘어난다.

다만, 지수와 시가총액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한화 리서치에 따르면, 코스피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지수가 179% 오르는 동안 시가총액은 382% 증가했다.

시총 증가율이 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이유는 신규상장, 이전 상장, 전환증권 상장 등으로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294% 늘었으나, 지수는 오히려 18% 하락했다.

 

반면, 다우존수지수는 같은 기간 지수가 183% 상승했고, 시총은 135%만 상승했다.

신규상장이 많은 나스닥도 지수가 348% 오르는 동안 시총은 320%만 상승했다.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때문으로 유통주식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통주식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라면 사전 확률이 높은 투자 대상은 다우존수 지수나 나스닥 지수일 것이다.

비유통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코스피나 코스닥 투자가 낫다.


사전 확률이 높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당위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주식이라도 유통주식과 비유통 주식의 사전 확률은 각기 다르다.

 

특히, 기업이든 시장이든 주식수가 늘어나는 투자 대상은 유통주식에 투자하는 일반인들에게는 불리한 게임이다.

사전 확률이 그다지 높은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 한화 리서치 '베팅의 기술'